전략가, 잡초
- 잡초는 잡동사니에도 비유할 수 있다. 잡동사니는 다른 사람은 하찮게 볼지라도 그 주인에게는 고이 아끼는 보물일 수도 있다. 그리고 소중한 물건이 잡동사니 취급을 받아 쓰레기통에 던져지는 일도 종종 있다. 잡초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관점에 따라 잡초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과학적 정의로 볼 때 잡초의 기준은 참으로 어중간하다. (19)
- 때와 장소에 따라 같은 식물이 잡초가 되기도 하고 잡초가 아닌 것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학술적으로는 그렇게 모호하게 분류할 수 없으니 일반적으로는 방해가 되기 쉬운 식물을 잡초라고 한다. (21)
- 잡초를 '방해가 되는 풀'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하는데, 사실 방해가 되는 풀이 되기는 꽤나 어려운 일이다. 잡초를 흔하고 하잘것없는 식물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잡초가 어디서나 자라는 건 아니다. 또 모든 식물이 잡초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길가나 밭에서 싹을 틔워 점점 번식해 나가는 일은 식물에는 상당히 특별한 일이며, 방해되는 식물이 되려면 그런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 잡초가 되기 쉬운 식물의 성질을 '잡초성Weediness'이라고 하는데, 이 잡초성이 있는 식물만 잡초로 살아갈 수 있을 뿐 아무 식물이나 잡초가 되는 것이 아니다. (24)
- 잡초는 연약해서 경쟁에 뛰어든다고 해도 강한 식물을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잡초는 강한 식물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곳만 골라서 자라난다. 그런 데가 길가나 인간이 만들어낸 특수한 장소다. (31)
- 뿌리까지 완벽하게 없애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만큼 잡초는 뽑고 또 뽑아도 자라나지만 잡초를 안전하게 없애는 방법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잡초를 뽑지 않는 것'이다. 잡초를 뽑지 않는다니 대체 무슨 말일까? 그리고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잡초는 뽑지 않으면 빠르게 번식한다. 그러면 잡초뿐만 아니라 관목 등 대형 식물이 연달아 자라나면서 덤불이 되고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 숲을 이룬다. 잡초라 불리는 식물은 일반적으로 다른 식물과 경쟁하는 데 약하다고 했다. 그래서 잡초는 풍요로운 숲에서는 자라날 수 없다. (35)
- 연약하고 작은 잡초는 발아시기가 생사를 결정하므로 환경을 복잡하게 읽으며 싹 틔울 시기를 잰다. (53)
- 잡초 씨앗은 되도록 시기를 들쑥날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잡초 씨앗이 채소나 꽃 씨앗처럼 한꺼번에 출아하면 어떨까? 그러면 인간이 풀을 뽑을 때 다 같이 망하고 만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차를 두고 출아기를 엇갈리게 해서 드문드문 돋아나는 것이다. 이렇게 성질이 모두 다른 모습을 인간세계에서는 '개성'이라고 하는데 잡초세계에서는 이 개성이 아주 중요하다. (54)
- 잡초는 조건이 나쁠 때도 최대한 활약해서 씨앗을 생산하지만 조건이 좋을 때도 최대한 성과를 내서 씨앗을 많이 생산한다. (87)
- 질경이의 경우 밟힌다는 것은 인내해야 하는 일이 아니며 더욱이 극복해야 할 과제도 아니다. 밟혀야만 널리 퍼질 수 있을 정도로 그 점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131)
- 도전하면 실패할 수도 있지만 변할 수도 있다. (134)
- 쓰러뜨리고 또 쓰러뜨려도 무시무시한 기세로 덤벼드는 괴물이 잡초다. 잡초가 진화한 역사는 인류 역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인류는 1만 년 가까이 잡초와 싸움을 벌여왔다. 인류 역사는 그야말로 '잡초와 싸운 역사'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155)
- 오트밀로 유명한 귀리는 원래 메귀리라는 보리밭의 잡초였다. (...) 호밀빵 원료인 호밀도 귀리와 마찬가지로 원래는 보리밭의 잡초였는데 작물로 이용한 것이고, 율무차 재료인 율무도 잡초인 염주를 개량해 만들어진 2차작물이다. (...) 조는 잡초인 강아지풀과 친척관계라고 한다. (190)
- 잡초는 바라지 않는 곳에서 자라나는 식물이라고 정의된다. 다시 말하면 훼방꾼인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 랠프 왈도 에머슨은 잡초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193)
- 잡초는 밟히면 일어서지 않는다. 하지만 잡초는 밟히고 또 밟혀도 반드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남긴다.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삶, 이것이 바로 진정한 잡초의 혼이다. (198)
- 비슷한 환경에서 사는 생물들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넘버원밖에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나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면 공존할 수 있다. 넘버원만이 살아남는 것이 자연계의 철칙인데도 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 다시 말해 모든 생물이 각자 영역에서 넘버원이라는 것이다. 넘버원이 중요한가, 온리원이 중요한가? 이에 대한 답은 이미 알 것이다. 모든 생물은 넘버원이다. 그리고 넘버원이 될 수 있는 장소를 갖고 있다. 이 장소는 온리원이다. 즉 모든 생물은 넘버원이면서 온리원이다. (201)
- 생물은 균일하지도 않고 각각 다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이해하기 불편하므로 인간은 평균값을 취한다. 그리고 평균값을 그 집단의 대표로 삼는다. (...) 생물은 기준점이 더 다양한 개성 넘치는 존재다. 평균값은 인간이 편하게 관리하고 싶어서 만든 하나의 기준점만으로 더하고 나눈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평균값에서 너무 동떨어진 갑은 '오류값'으로 친다. 그러나 자칫하면 평균값에서 멀리 떨어진 오류값이 살아남거나 새로운 진화를 낳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것이 생물의 세계다. (206)
- 생물은 항상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고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자. 식물은 곤충에게 꿀을 제공하고, 곤충은 그 대가로 꽃가루를 날라준다. 이러한 공생관계가 자연계에 아주 많다. 자연계에는 어떤 법률도 도덕도 없다. 법이 통하지 않는 무법지대다. 눈뜨고 코 베어가는 치열한 경쟁 속에 속고 속이는 기 싸움이 펼쳐진다. 그 누구도 서로 도와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지 않는다. 그래도 생물은 서로 돕고 균형을 유지하며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209)
-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대단한 우연으로 지금 시대를 같이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먹고 먹히며 싸우고 빼앗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모든 것이 기적과 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생명인 것이다. (213)
전략가, 잡초/이나가키 히데히로稻垣榮洋/김소영 역/더숲 20210326 228쪽 14,000원
방해가 되는 풀을 잡초라고 정의한다. 인간이 그렇게 했다. 모든 식물이 흔하고 훼방꾼인 잡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잡초는 싹을 틔울 시기를 재며, 시간차를 두고 드문드문 돋아난다. 잡초는 환경이 좋으면 씨앗을 많이 생산하고, 환경이 나빠도 씨앗을 조금이라도 생산한다. 최선을 다해 최대의 씨앗을 남긴다.
잡초를 뽑지 않으면 빠르게 번식해 다른 식물이 자라게 만들어 숲을 만든다. 오크밀과 호밀은 보리밭의 잡초였고, 조는 강아지풀과 친척관계이다. 작물과 달리 도전하면 실패할 수도 있지만 변화하여 살아남은 식물이 잡초다. 잡초는 인간보다 더 오래 존재했고, 겨우 1만 년 전에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잡초라 불렸다.
모든 생물은 넘버원이면서 온리원이다. 미국의 철학자 랠프 왈도 에머슨의 말을 명심하라.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
잡초를 뽑지 않으면 빠르게 번식해 다른 식물이 자라게 만들어 숲을 만든다. 오크밀과 호밀은 보리밭의 잡초였고, 조는 강아지풀과 친척관계이다. 작물과 달리 도전하면 실패할 수도 있지만 변화하여 살아남은 식물이 잡초다. 잡초는 인간보다 더 오래 존재했고, 겨우 1만 년 전에 인간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잡초라 불렸다.
모든 생물은 넘버원이면서 온리원이다. 미국의 철학자 랠프 왈도 에머슨의 말을 명심하라. "잡초는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