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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

  • 한국어로는 '시민 연대 계약'으로 번역할 수 있는 팍스는 두 성인이 서로의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다. (12)
  • 2017년 11월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지에 실린 경제통계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55만 쌍의 커플이 동거하며, 24만 쌍이 결혼을, 16만 쌍이 팍스를 맺는다고 한다. 팍스에 대한 선호도는 젊을수록 더 높다. 신기한 것은 결혼한 부부의 3분의 1이 이혼을 결정하는 데 반해, 팍스를 해지하는 비율은 10분의 1 정도로 현저히 낮다는 사실이다. (15)
  • 프랑스에도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를 하는 커플이나, 미혼이면서 아이를 낳는 것을 금기시했던 시절이 있었지. 68혁명 전에는 말이야. (34)
  • 꼰대란 자기의 삶을 기준으로 다음 세대를 재단해 버리는 사람이다. 자신과 함께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과만 대화하면서, 지금 시대가 어떤지를 공부하지 않는 이들이 꼰대가 된다. (35)
  • 2017년 프랑스 전체 출생아 중 결혼 이외의 관계, 즉 팍스를 맺거나 동거 중인 커플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비율이 59퍼센트였다고 한다. 10명이 태어나면 법률상 부부 관계가 아닌 남녀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6명에 달한다는 의미다. (40)
  • 한국 사회는 결혼에 대한 기대와 환상은 크지만, 결혼 생활을 지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노력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편이다. 결혼의 본질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 차이를 노력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다양한 개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존중하는 문화도 만들어진다. (49)
  • 프랑스가 동성 결혼을 인정한 것은 2013년의 일이지만, 이전에도 동성 커플을 위한 대안적인 결혼 제도가 있었다. 바로 팍스다. 팍스 제도는 처음에는 동성 커플을 위해 만들어졌다. (53)
  • 프랑스의 팍스 제도는 가족의 형태가 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국가가 다양한 가족을 제도 안에서 보호하는 울타리를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 사회에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혼 동거 커플이나 다자 연애 등에 대한 논의가 있다고 들었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새로운 관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성 간의 결혼이라는 하나의 선택지에서 벗어나 개인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61)
  • 오늘날 프랑스 사회에서 동거나 팍스 커플은 결혼으로 가는 예비 단계가 아니라 그 자체로 새로운 가족의 형태다. 프랑스 통계청은 단순 동거 커플과 팍스를 맺은 커플, 결혼한 부부를 분리해서 조사한다. (77)
  • 한국의 가족관계에 비추어 보면 우리는 여전히 미완성의 관계다. 하지만 부모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결혼식을 서두르는 커플, 결혼하고 나서 생활 습관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커플들에 비교하면 어떤가. 극단적인 예시일지 모르겠지만,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를 통과한다고 해서 연인, 가족 관계가 굳건해지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105)

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이승연/스리체어스 20180709 116쪽 12,000원

프랑스에서 결혼한 한국 남성과 프랑스 남성이 한국으로 이민을 신청했다면 한국에서는 부부로 인정받지 못한다. 프랑스에서 인정받은 부부임에도 한국에서는 배우자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모순이 나타난다.
결혼 이외의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대안이 필요하다. 낙태죄 폐지나 차별금지법을 놓고 벌어지는 한국의 꼰대적 사고도 급진적으로 변해야 한다. 때로는 제도의 형태가 사람의 태도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