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는 것은 사상의 표현이다.

사상이 본디 비겁하다면
제아무리 고상한 표현을 하려 해도
이치에 맞지 않으며,
사상이 본디 협애하다면
제아무리 광활한 묘사를 하려 해도
실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때문에 시를 쓰려고 할 때는
그 사상부터 단련하지 않으면
똥무더기 속에서 깨끗한 물을
떠내는 것과 같아서
일생토록 애를 써도
이룩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때묻은 잔재를 씻어내고
그 깨끗한 진수를 발전시키면 된다.

- 茶山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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