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소남

담배와 라이터를 잃어버리면 상처투성이 라이터만 아까운 생각이 듭니다. 옥션에서 10원 더 싼 물건을 찾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답니다. 명품 가방을 잃어버리고도 그 속에 든 허름한 만년필만 생각납니다. 계약서 뒷면에 붙이는 인지세는 계약금액이 커질수록 정말 아깝습니다. 만원짜리를 쓴 것보다 담배 사고 남은 오백원을 어디에 썼는지 생각합니다. 마트에서 1+1을 사면 나만 땡잡은 것 같습니다. 삼만구천구백원에 바지를 세벌 준다기에 어떤 색깔로 할지 고민합니다. 우유를 먹기로 하고 받은 황토쌀독에 든 쌀로 밥을 하면 밥맛이 더 납니다. 스끼다시를 너무 많이 먹어 회를 남겨도 배가 부릅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목청을 높여도 내 땅이 한 평도 없으니 무덤덤합니다. 촛불 들고 반미집회를 해도 누가 비행기만 태워주면 미국에 가고 싶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할 때 중국집 주문 메뉴나 통일했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여권이 후지다고 투덜대면서도 사증 도장은 또 찍고 싶답니다.

현충일에 걸린 태극기를 봐도 무덤덤한데 오래된 책을 넘기다 떨어지는 만원짜리에 가슴이 울컥합니다. 니 똥 굵다, 그러면 물 내리기 전에 내 똥을 내려다봅니다. 굵고 짧게 살래, 가늘고 길게 살래 물으면 벽에 굵은 똥칠할 때까지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니 꿈은 뭐였니...라고 물으면 요새는 꿈도 못 꿔...라고 대답합니다.

나는 정말 완전 소심한 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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