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 십 년이나 됐답니다

1.
인터넷이라는 걸 처음 접했을 때 엄청 신기했습니다. 넷스케이프가 깔리고 유니텔 시험판에 접속해서 채팅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중했습니다. 아침마다 테이블에 놓여 있기 바쁘게 없어지던 신문이 눈길 한 번 받지 못하고 쌓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습니다. 요래 놀고 있는 걸 그냥 눈뜨고 보고 있을 회사가 아니죠. 정보화 자격증을 취득하라고 하데요. 뭐 늘 그렇듯이 진급시험 때 가점 사항은 아니지만 결격사유가 된다는 엄포와 함께 말이죠.

정보 검색하는 방법부터 기초적인 HTML 만드는 법까지 배우고 시험도 치렀습니다. 지금이야 원하는 단어만 치면 검색 결과가 너무 많이 나와 입맛에 맞는 걸 찾는 것이 더 고역이지만 초창기에는 검색 사이트 주소를 외워 주소창에 처넣어야 했지요. 물론 검색 결과를 얻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배우고 나서 HTML 만드는 나모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고 덜컥 샀습니다. 홈페이지를 만든다며 며칠 동안 쪼물딱 거리다 사이버 세상에 집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bioengine.pe.kr이 맨 처음 구입한 도메인입니다. 그렇게 홈페이지를 만들었답니다. 1999년 11월 11일이었습니다. 딱 십 년 전 오늘이었습니다. 초창기 홈페이지 첫 화면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몇 해 전에 아쉽게도 노트북 하드가 맛이 가는 바람에 몽땅 날려버렸습니다.

2.
홈페이지를 만들었지만 관리하는 것이 부지런하지 않으면 금방 티가 나데요. 글을 하나 올리면 연관된 링크가 있는 문서나 메뉴를 일일이 수정하는 것도 엄청 귀찮고 말입니다. 그렇게 방치하다 보면 어느새 거미줄이 덕지덕지 쳐 있고 백만 년 묵은 고가로 변해 있더군요.

그러던 차에 우연히 구글에 접속했는데 지메일이 초대장 없이 가입할 수 있는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는 성격인지라 가입을 했습니다. 그리고 고가에 있던 몇 가지만 달랑 가져와 블로그도 만들었습니다. 2007년 2월이었습니다.

3.
지금 블로그 이름이 된 「나무사이」도 우연히 만들게 됐습니다. 구글 계정을 만들 때 영문자나 숫자로 된 여섯 글자 이상을 입력하라고 해서리 그동안 써오던 나무(namu)라는 닉네임에 뭐를 덧붙일까 잠시 생각하다 숫자 42를 붙였습니다. 딴에 42를 '사이'로 읽어주길 바라는 얄팍한 계산을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만들어 놓고 나무사이(namu42)라는 말에 스스로의미를 부여했습니다. 裸無思理. '벌거벗은 나무처럼 욕심 없이 생각하며 살자'라고 딴에 조금 거창하게 붙였지만 사실은 '나(만)무사히(이)'라는 응큼한 생각을 살짝 가리면서 말이죠. 뭐 그렇게 나무사이라는 블로그를 시작했더랬지요.

4.
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하루에 영어 단어 하나씩을 외웠으면 3600개를 외웠을 테고, 담배를 끊고 그 돈을 모았으면 몇 백만 원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허송세월 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허나 어떻게 보면 이해관계를 떠나 내 맘대로 찾아갈 수 있는 너나들이를 더 많이 만난 세월이기도 합니다. 편향된 시각을 조금이나마 교정할 기회를 만나기도 했고, 사람 사는 소소한 얘기들에서 찔끔거리는 주접을 떨기도 하며 아직도 내 가슴 한구석에 오염되지 않은 신대륙 감성이 있음을 종종 발견하기도 했더랍니다.

오늘이 빼빼로데이라고도 하고 가래떡 데이라고도 하지만 십 년 전에는 그저 평범한 하루였답니다. 하지만 제게는 그날부터 의미 있는 날이 됐고, 그런 세월이 오늘로써 하마 십 년이나 됐답니다. 빼빼로데이보다 나무사이가 오래간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내 맘대로 정한 너나들이가 있어 살맛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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