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
얼마 전, 두바이에서 발생한 하마스 간부 암살에 모사드가 개입한 흔적이 드러나며 이스라엘 총리까지 연관됐다는 국제 뉴스를 접하고 왜 그런 일이 반복되는지 뜬금없이 궁금했다.

그곳에 예루살렘이 있고, 예수가 태어난 곳이지만 유대교를 믿고 있다는 것. 홀로코스트와 6일 전쟁. 이것이 내가 아는 이스라엘에 대한 전부다. 중동에 관한 이미지는 유대인은 역사적으로 피해자였고, 주변을 에워싼 아랍인과 이슬람에 대항해 선조의 땅을 지키고 있다고 무의식적으로 새겨져 있었다.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을 읽기 전까지는.

지은이는 2000년부터 중동 현지 취재를 하며 21세기 화약고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생생히 전하고 있다. 중동은 유일신이 내린 약속의 땅이라며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국가를 세우면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의 참혹한 삶을 얘기한다. 특히 전쟁이라는 폭력은 여성과 어린이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종종 뉴스로 접하는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은 팔레스타인 땅에 자국민을 이주시키는 일종의 식민 마을이다. 정착민들은 합법적으로 무장하고 팔레스타인을 체포할 수 있다. 급박한 위험에 처한 경우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총을 쏠 수도 있다. 생트집을 잡아 쏘아 죽여도 처벌받을 확률은 거의 없다. 정착촌보다 더 열악한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팔레스타인 죄수는 이스라엘 점령자들에게는 '두 발 달린 짐승'일뿐이다.

책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에 관한 역사를 통해 전쟁과 테러가 반복하게 된 원인을 자세히 알려준다. 아이러니한 것은 종교적 기록에 따르면 유대인과 아랍인은 같은 선조를 두고 있다고 한다. 아브라함에게는 후처 태생의 맏아들 이스마엘과 본처 태생의 둘째 아들 이삭이 있었는데 코란은 이스마엘이 메카로 옮겨가 아랍인의 선조가 됐다고 하고, 유대 경전은 이삭이 유대인의 선조가 됐다고 한다.

같은 선조를 두었음에도 숱한 피를 흘리게 된 역사적 배경은 기원전 2000년부터 시작해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선포와 함께 총성과 테러가 출현했고, 그 이면에는 사악한 영국과 미국의 농간이 숨어 있다. '유대인은 홀로코스트 희생자다. 고로 생존을 위해서는 어떤 짓도 면죄부'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의 행위를 정당화하는데 홀로코스트를 이용하곤 했다. 할리우드를 지배한 유대인 자본과 유대인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이스라엘은 핵무기까지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간의 정치적 유착으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있다. 막강한 이스라엘군에 저항하려고 '약자의 무기'인 자살폭탄 테러로 맞서는 하마스 창립자 야신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네 한국도 한때 일본 식민지였다고 알고 있다. 그 시절 일본에 저항했던 운동가를 한국 사람들이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느냐."

우간다 엔테베 공항 기습작전이나 뮌헨 올림픽 참사로 유대인은 역사적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은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뀌는 것만큼 전혀 새로운 시선을 제공해 줬다. 그동안 유대인은 일방적 희생자라는 시각도 알게 모르게 미국-혹은 미국식 교육-의 영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떠한 목적으로도 전쟁과 테러는 반대하지만 왜곡된 시각이 균형을 맞추며 팔레스타인의 고통과 투쟁의 당위성을 볼 수 있게 됐다.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김재명/프로네시스 20090915 365쪽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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