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휴머니즘 & 보노보 찬가

가난한 휴머니즘
가난한 휴머니즘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이두부 옮김/이후 200701 143쪽 8,500원

  • 아이티는 카리브 해에 있는 작은 나라로 남북아메리카를 통틀어 가장 가난한 나라이며, 세계 최초의 흑인 공화국이다. (7)
  • 아리스티드는 1990년, 아이티 최초의 민주적 대통령 선거에서 67퍼센트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되었다. 하지만 군사 쿠데타로 인해 강제로 실각,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10)
  • 세계가 우리에게 물을 주겠다고 할 때, 물이 아니라 초콜릿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65)
  • 열세 살 먹은 세 명의 소녀가 쓴 민주주의에 관한 논평을 보면, "민주주의란 음식과 학교, 보건을 누구나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해 놓았습니다. (69)
  • 데모스 Demos는 '인민', 크라토스 Kratos는 '지배'라는 뜻 (78)
  • 신자유주의적 전략은 민간 분야가 공공의 역할을 대신하기 위해 국가를 허약하게 만듭니다. (93)
  • 지식은 상품이 아니다. (107)
  • 신념은 당신이 믿음을 가지고 위험을 떠안을 수 있도록 당신을 무장시켜 줄 것입니다. (137)

보노보 찬가
보노보 찬가
조국/생각의 나무 200905 199쪽 11,000원

  • 오늘날 자본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유일한 적은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자체이다. (24)
  •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 게 아니라 만 명만 평등하다.(52)
  • 난폭 우회전에 대한 촛불의 경고 -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배를 엎을 수도 있다. (55)
  • 이명박 정부하에서 서민들의 심정은 "반항할 상대는 있어도 사랑할 상대는 없다"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82)
  • 궁극적으로 인권이란 우리 공동체가 지향해야 할 삶의 방식과 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라는 모토가 인권운동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88)
  • 1973년에는 심지어 한국인이 운영하는 밥집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중국집에서는 쌀로 된 음식을 팔지 못하게 하는 법령이 만들어진 적도 있었다. 왜 주변의 다수의 화교들이 자장면을 만드는 일 정도에만 종사할 수밖에 없었던지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154)
  • 비장애인 다수자는 표면적으로는 장애인의 인권을 말하지만, 장애인시설이 인근에 들어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반대시위를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174)
  • 이명박 정부는 아예 대놓고 '사육'이 바로 '교육'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177)
  • '측은지심'이라는 인간의 본성이 없다면 인류의 지속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는 '측은지심'과 '이타적 유전자'가 작동할 틈을 주지 않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195)
  • 공자는 『논어』 계씨편에서 위정자를 향하여,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 즉, "(백성들이) 적게 가진 것을 걱정하기보다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하라"라고 설파한 바 있다. (197)


각각 '존엄한 가난에 부치는 아홉 통의 편지'와 '정글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라는 부제가 붙은 두 책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지리적 여건임에도 사람답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얘기하고 있다. 1990년, 신부에서 아이티 대통령이 된 아리스티드는 군부 쿠데타로 망명길에 오르지만 돌아와 2000년 대통령 선거에서 92퍼센트의 압도적 지지로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미국이 주도한 쿠데타 세력에 의해 국외로 쫓겨나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기가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당했던 때와 엇비슷하다.

두 저자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 기계로 말미암아 인권이 유린당한다는 것이다. 1982년 국제기구는 아이티의 돼지들이 병들었으니 다른 나라로 퍼지지 않도록 도살하도록 하였으며 대신 더 나은 돼지들을 줄 것이라고 약속을 하였다. 13개월에 걸쳐 아이티에 있는 토종 돼지는 전멸하였고 2년 후 미국에서 새 돼지들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 돼지들은 아주 훌륭한 환경에서 자랐던지라 아이티 인구의 80퍼센트가 식수난에 처해 있는데도 깨끗한 물을 먹어야 했고, 국민소득 130달러인 상태에서 90달러나 하는 수입 사료를 먹어야 했다. 토종 돼지의 전멸로 농촌 경제는 황폐화되었고 오늘날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유사한 일이 대한민국에도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를 개방하자 촛불이 전국적으로 번졌지만 끝내 막아내지는 못했다. 더 두려운 것은 그 일이 이명박 정부 임기 초반에 벌어진 일이었고 난폭한 우회전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보노보는 아프리카 콩고의 밀림지대에서 발견된 침팬지와 구별되는 영장류 동물이다. 침팬지가 폭력적이라면 보노보는 평화적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정글은 계속 침팬지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은 지금의 아이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양과 질을 떠나 음식과 학교, 보건을 누구나 보장받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면 비단 두 나라만 겪는 갈등은 아니다. 그러나 두 저자가 한결같이 역설하는 것은 우리는 땀 흘리며 노력하고 있고 이런 신념은 더 따뜻한 세상이 오도록 도전을 계속하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휴머니즘에 가득 찬 보노보를 찾아가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이자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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