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로자

Red Rosa 2015
엄혹했던 군사독재 시절. 불온서적을 압수하던 경찰이 로자 룩셈부르크 (Rosa Luxemburg, 1871~1919) 관련 책은 여행책인 줄 알고 가져가질 않았다는 우스개소리가 있습니다. 《레드 로자》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일대기를 그린 만화책입니다.

로자는 러시아가 지배하던 폴란드의 유대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에도 유럽은 유대인들을 핍박했습니다. 다섯 살 무렵에 엉덩이를 다쳐서 평생 다리를 절게 됩니다. 장애인이었습니다. 여자는 참정권도 없었고, 정당 활동을 하면 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로자는 폴란드인, 유대인, 지체 장애인, 여성이라는 비주류의 조건을 다 갖췄습니다.

정부 지지자들만을 위한, 특정 당파의 지지자들만을 위한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자유는 제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모든 이를 위한, 항상 절대적인 자유다. '정의'라는 열광적인 어떤 개념 때문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유익한 일이기 때문에, 온전하고 순전한 정치적 자유는 이러한 본질적 특징에 좌우되며, '정의'가 특권이 되는 순간 그 자유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다.

로자는 '대중의 활발한 공개적 정치 활동이 중단된다면 결국 관료 독재가 들어서고 말 것'이라며 러시아 혁명을 비판하고 경고했습니다. 소련이 무너질 때 로자의 경고가 재조명을 받았습니다. 로자는 백 년을 앞서간 마르크스주의 사상가이고 레닌주의 비판자이자 혁명가였습니다.

1919년 1월 15일, 로자 룩셈부르크는 한때 동지였던 사민당 지도자 에베르트와 노스케의 명을 받은 군인들에게 살해됐습니다. 칼 마르크스 이후 '최고의 사상가'로 불리며 불꽃처럼 살다 간 로자 룩셈부르크는 비운의 혁명가일까요? 그가 묻혀있는 베를린의 사회주의자 묘지 한가운데 있는 기념비에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 죽은 이가 우리에게 경고한다.

레드 로자Red Rosa, 2015/케이트 에번스Kate Evans/박경선 역/산처럼 20160321 232쪽 1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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