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
펭귄은 새끼를 낳고 '하루 24시간 동안 밤낮없이 교대로 새끼를 돌'보는데 '짝이 바다로 먹이를 구하러 나간 사이, 둥지에서 새끼를 품고 있는 시간에 틈틈이 눈을 붙(137)'입니다. '펭귄이 한 번 바다에 다녀오는데 걸린 시간은 평균 2~3일, 가장 늦게 돌아온 녀석은 5일째에 나타났'습니다. '보통 30~50킬로미터 거리의 먼바다로 나가 헤엄쳤'고, '가장 멀리 간 녀석은 최대 120킬로미터 떨어진 해역까지 다녀(231)'왔습니다.

펭귄은 '다른 종끼리 함께 번식지를 이용하며 같이 사냥을 나가기도' 합니다. '종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으르렁거리지'도 않고, '같은 종이라고 해서 잘 지내는 것도 아(215)'닙니다. '펭귄은 육아 기간 동안 부부 가운데 한쪽이 사고를 당하는 일도 있는데, 혼자서 새끼를 키워내기 어렵'습니다. '수컷은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남겨진 가족은 보름 동안 제자리에서 기다'리다 '보름이 지났을 무렵, 끝내 새끼 펭귄은 굶주리다가 죽었고 암컷은 홀로 멍하니 있다가 바다로 떠났(31)'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 황제펭귄의 수는 25만쌍으로 추산'됩니다. '2019년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2100년에는 3만 6천 쌍까지 줄어든다'고 합니다. '불과 90년 사이에 전체 황제펭귄의 86퍼센트가 사라지는 것(46)'입니다. 지금부터 노력하지 않으면 펭귄의 멸종을 목격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은 동물에게서 보고 싶은 면만을 골라서' '인간의 관점에서 그럴듯한 의미를 찾'습니다. '동물은 사람에게 교훈을 줄 생각 따위는 없'습니다. '그저 자기들의 방식으로 살아갈 뿐 (69)'입니다. 펭귄을 좋아하는 저자는 펭귄을 보면서 이렇게 위안을 받았습니다.

펭귄은 남극에서 그저 그들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나에게 무언가 가르칠 생각도, 어떤 영감을 줄 의도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펭귄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새끼를 돌보는 모습에서 성실함을 배웠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얼음 위를 묵묵히 걷는 모습에서 경외심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봤다. (6)

남극의 환경 때문에 펭귄의 시간은 압축되어 있어 주어진 시간을 누구보다 성실히 살아갑니다. 펭귄을 상상하며 웃다가도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가 펭귄을 상상의 동물로 만들지 모른다는 끔찍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수십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펭귄의 길을 가는 모습이 영원했으면 합니다.

펭귄은 펭귄의 길을 간다/이원영/위즈덤하우스 20200115 240쪽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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