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건축가다

새는 건축가다 -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
공룡이 체중을 극복하고 조류가 됐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지만 조류가 둥우리를 만드는 본능이 그들의 조상인 공룡에서 비롯됐다는 가능성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재봉새는 '거미줄이나 나방의 실을 이용하여, 자신의 날카로운 부리를 바늘로 삼아 잎을 한 땀 한 땀 꿰메어(35)' 둥우리를 만듭니다. 노랑가슴베짜는새는 부리로 '식물섬유를 가늘고 길게 찢은 뒤, 매달린 형태의 튼튼한 둥우리(36)'를 만들어 암컷에게 자랑합니다. 머리깃오로펜돌라도 가늘고 긴 식물섬유를 이용해 둥우리를 짓는데 '최장 기록은 180센티미터(40)'나 됩니다.

사람들이 사는 집의 처마 밑에 둥우리를 짓는 '제비의 조상은 원래 나무 구멍이나 바위굴에 둥우리를 틀고 번식'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인류의 농경 생활로 인해 자연환경이 바뀌면서 자신들의 먹이인 곤충의 수에도 변화가 생겼다(48)'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농지가 있는 곳에 곤충도 많은 걸 알고 인류 생활에 적응했습니다. 제비는 모기나 파리를 없애는 데 도움을 주었고, 사람들은 제비집을 없애지 않았습니다.

금사연(금빛제비)은 수컷이 분비하는 침으로만 둥우리를 짓습니다. '금사연의 침은 아교처럼 끈끈한데,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공기와 접촉하면 단단하게 달라붙(56)'습니다. 이것이 사람이 먹는 제비집입니다.

독수리, 백로, 까마귀, 까치 같은 중대형 조류는 나뭇가지를 쌓아 올려 둥우리를 만듭니다. '북미에서는 나무 위에 지은 둥우리 하나를 35년 연속으로 사용한 흰머리수리 한 쌍'이 있는데 둥우리가 점점 두꺼워져 '성인 남자가 그 위에 올라서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73)'였답니다. 아프리카에 분포하는 망치머리황새는 암컷과 수컷이 한두 달에 걸쳐 둥우리를 짓는데, '전체 둥우리는 굵기가 천차만별인 나뭇가지 약 8천 개로 구성'돼 있습니다. '높이는 2미터에 달하며 소형 아파트처럼 튼튼(77)'합니다.

남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생활하는 떼베짜는새는 공동으로 아파트 단지를 만듭니다. '집이 30~100개에 달해 약 400마리에게 보금자리를 제공(87)'합니다. '떼 둥우리를 수리할 때도 모든 새가 적극적으로 동참(88)'합니다. '떼 둥우리 중에는 이미 100년이란 세월을 거치면서 그것을 지탱하던 나무줄기를 부러뜨릴 정도의 무게가 된 것(90)'도 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부터 멕시코 일대 사막 지역에는 힐라딱따구리와 요정올빼미가 동거를 합니다. 힐라딱따구리가 만든 둥우리에 요정올빼미는 장님뱀을 생포해 같이 삽니다. 장님뱀은 둥우리에 있는 기생충과 곤충들을 먹고, '낮에는 힐라딱따구리가 먹이를 구하러 외출하고, 요정올빼미는 둥우리에 남아서 잠을 자며 집을 지'킵니다. '밤에는 반대로 딱따구리가 집을 돌보고 요정올빼미가 먹이를 구하러 나(93)'갑니다.

둥우리를 그린 세밀화를 보며 읽는 새 이야기는 재미있습니다. '모든 동물 중에서 둥우리 건축 분야의 일인자는 역시 조류(11)'라는 데 이견을 달 수 없습니다. '자연에서 발견한 가장 지적이고 우아한 건축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공룡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새는 건축가다鳥巢, 2007/차이진원蔡錦文/박소정 역/현대지성 20200302 188쪽 1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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