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

Hustle and Gig: Struggling and Surviving in the Sharing Economy, 2019
  • 각종 온라인 플랫폼과 앱의 느슨한 집합체인 공유경제는 공동체성으로 자본주의를 초월하겠다고 약속한다. 공유경제 찬성론자들은 주문형 경제, 플랫폼 경제, 긱경제라고도 불리는 이 새로운 경제적 움직임이 공동체를 만들고,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생태계 파괴를 저지하고, 물질주의를 혁파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신장하고, 저소득층에게 생계 수단을 제공하고, 대중을 사업가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21)
  • '공유경제'는 "재화와 서비스를 분배, 공유, 재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P2P 업체"를 통칭하는 용어다. (54)
  • 공유경제는 이처럼 '신뢰'와 '공유' 같은 긍정적인 용어를 마케팅의 필수 요소로 사용하며, 노동자와 임시 고용주의 관계를 믿음직한 친구라는 이미지로 포장한다. '혁신'이라는 말도 공유경제 기업에서 많이 쓰지만 실제로 그 말이 무색한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획기적이라고 할 만큼 큰 변화를 불러오는 게 아니라, 단순히 기존에 있던 서비스를 앱으로 제공하는 수준에 그친다. (61)
  • 과거에는 신기술이 생산성을 향상시켜 임금 인상으로 이어졌고, 그 인상분이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에게, 그리고 자본가와 노동자, 소비자에게 고루 분배됐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은 유능한 사람들에게 전에 없이 강한 힘을 실어 주고 있고, 그에 따라 숙련 노동자와 비숙련 노동자, 자본가와 노동자의 소득 격차가 무섭게 벌어지고 있다. (...) 그로 인해 불완전 고용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77)
  • 공유경제는 탄력성 없는 업무 환경, 인간적 교류 약화, 불평등 심화, 부실한 사회안전망 등 많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포장되곤 한다. 하지만 노동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보면 긱경제가 위험과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를 비롯해 미국에서 노동의 가치가 하락하는 현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 긱경제는 현대 사회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기보다는 신기술로 포장했을 뿐 실상은 노동자 보호장치가 부족하고 보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이른바 초기 산업사회와 같은 시스템에 노동자를 종속시킬 뿐이다. (102)
  • 우버 기사가 자유롭게 일정을 짤 수 있다고 해도 우버의 월수입 보장액을 받으려면 승차 요청 중 일정 비율(90%)을 수락해야 하고, 보통은 매일 일정한 시간대에 일하거나 매주 일정한 시간을 일해야 한다. (135)
  • 공유경제 노동자는 건강보험, 급여세, 교통비, 병가와 휴가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업무상 재해를 당했을 때도 모두 자비로 해결해야 한다. (148)
  • 어떤 사람들은 P2P 플랫폼 덕분에 노동자가 '한층 자유롭게 일을 선택하면서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노동의 자유를 증진하기는커녕 많은 부분에서 초기 산업사회로, 노동자의 보호장치가 거의 없던 시절로 퇴행하고 있다. (168)
  • 긱경제는 아웃소싱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기업이 노동자에게 위험을 아웃소싱하고 보험료를 떠넘기고 일이 뜸하면 경제적 위험을 떠넘긴다. (...) 긱경제 노동자 중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은 플랫폼 차원에서 금지하지 않는 이상 자기에게 들어온 일을 다른 노동자에게 아웃소싱하기도 한다. (246)
  • 고도의 사회문화적 자본과 기술을 갖춘 노동자에게 공유경제는 고도의 탄력성, 선택권, 통제권이 보장되는 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노동자에게 공유경제는 기존의 저수준 노동을 앱과 결합해 위태로움만 키울 뿐이다. 이 새로운 경제적 움직임은 누구나 사업가가 될 수 있는 평등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경제적·문화적 자본이 유력한 요인이 작용하는 한 그것은 요원한 일이다. (276)
  • 개똥을 치우는 모욕적인 일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인 데서 확인할 수 있는 긱경제의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노동자들이 돈만 준다고 하면 사실상 무슨 일이든 할 만큼 추가적인 소득이 절실히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284)
  • 소득을 보충하려는 사람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공유경제에는 잠재적 노동자가 넘쳐나는 실정이다. 흔히 경제학 개론에서는 공급이 늘고 수요가 그대로면 가격이 떨어진다고 가르친다. 노동시장에서도 용어는 다르지만 동일한 현상이 일어난다. 가용 노동자가 넘치면 노동력 고갈을 걱정하지 않고 노동자를 '갈아 넣고 쥐어짤' 여지가 생긴다. 이는 부상당한 노동자들이 문밖에 줄으 서서 자기를 고용해달라고 아우성치는 노동자들로 신속하게 대체되는 정글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286)
  • 노동자들은 한때 경기 침체와 재정 위기 상황에서만 단행됐던 정리해고가 이제는 회사가 번창하는 와중에도 서슴없이 이뤄질 만큼 빈번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289)
  • 노동자를 종업원으로 고용하거나 스톡옵션을 제공해 회사와 일체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노동자를 독립계약자로 분류하면 막대한 비요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업보험, 산재보험, 사회보장연금, 메디케어, 건강보험 등 각종 복지 혜택에 들어가는 돈을 감안하면 비용을 30% 정도 아낄 수 있다. 위험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기업은 정당한 임금을 제공하는 기업보다 훨씬 싼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이처럼 노동자를 독립계약자로 분류하면 거액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노동자를 악용하려는 비뚤어진 욕망이 생긴다. (308)
  • 대체 어쩌다 원칙을 지키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하는 기업이 넘쳐나게 된 걸까? 어째서 플랫폼 기업과 그 지지자들이 공론의 장을 지배하게 된 걸까? 그 원인 중 하나는 이들 공유경제 기업이 언어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공유'라는 말은 많은 죄악을 은폐한다. 마찬가지로 이 기억들을 '기술기업'이라 부는 것도 사회계약을 무시하기 위한 수법이다. 어떤 기업이 기술 분야에 속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 (309)
  • 공유경제는 노동자가 추가적인 노동을 통해 '자신을 구원할' 길을 제공한다지만, 공유경제의 성장은 노동자의 권리와 보호장치가 더욱더 무너지는 쪽으로 끌고 가고 있다. 노동자가 힘들게 얻은 권리와 보호장치가 '더 저렴하고 더 조악한' 발전의 허울 안에서 '핵'되고 파괴되면서 지난 100년간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고 있다. 오늘날 공유경제가 일으키는 파괴의 결과물은 위태로운 품팔이로 또 하후를 버티는 삶에 지나지 않는다. (333)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Hustle and Gig, 2019/알렉산드리아 J. 래브넬Alexandrea J. Ravenelle/김고명 역/롤러코스터 20200815 392쪽 18,000원

노동자를 보호하지 않는 긱이코노미의 민낯과 긱경제에 도사린 모순으로 무너지는 플랫폼 노동자의 현실을 알려준다. 공유경제 기업가는 노동자에게 자유를 줬다고 생각하지만, 노동자는 고용노예로 자기 사업을 키우는 게 아니라 긱경제 업체의 사업만 키워준다. 공유경제는 기업의 이익을 공유하지 않고 노동자를 헐값에 공유한다. 공유경제는 플랫폼만 공유한다.

공유경제로 포장한 탐욕이 4차 산업혁명이라면 미래는 여전히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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