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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불화하는 불구의 정치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그러나 시대마다 존엄함을 스스로 증명하고 외쳐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장애인을 비롯해 시대마다 불화하는 존재들은 '불구'라는 낙인으로 차별받았다. 장애여성은 몸의 차이로 비정상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장애여성의 경험과 위치는 단일한 정체성으로 환원할 수 없는 수많은 이들의 존재를 일깨우며 정상성을 강요받는 다른 몸들과 만난다. 그리고 불구의 존재들과 함께 폭력적인 운명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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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공감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발표했던 〈시대와 불화하는 불구의 정치 선언문〉입니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그러나 시대마다 존엄함을 스스로 증명하고 외쳐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로 시작는 선언문은 국가의 구조적 차별로 폭력이 일어남을 일깨웁니다. 이 선언을 통해 구조적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싸움을 다짐합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우리는 페미니스트이지만,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누구와 싸우고 연대하는가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입니다. 여성이지만 비장애인 여성들은 겪지 않거나 장애인이라도 장애인 남성들은 겪지 않은 일들을 그들은 이중 삼중의 차별과 불평등으로 이어진 억압 구조에서 오랜 경험으로 몸소 체험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때그때 유행하는 시대 담론에서 여성 문제는 항상 뒤로 밀리거나 갈라치기 당하는 마당에 장애여성들의 존재는 맨 끝줄에 있을 겁니다. 누군가 겪는 차별이 정당화될 때 또다른 누군가를 향한 차별도 정당화됩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에서 김지혜는 "사람들이 성소수자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이 분명하므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이주민, 무슬림 '때문에'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면, 인종, 민족, 피부색, 출신 국가, 종교 등으로 인한 차별이 존재하는 게 분명하므로 그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란'은 역설적으로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겪는 차별의 경험을 토론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우리는 '차별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12월 노무현 정부가 17대 국회에 정부안으로 처음 제출한 뒤 지지부진하다가 15년 뒤인 2022년 5월 25일 처음으로 국회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뭐든지 빠르고 빨라야 하는 나라에서 늦어도 너무너무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