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대통령이 띨빵하면 경제를 죽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초에 마스크 대란이 있었습니다. 약국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섰습니다. 급기야 정부는 마스크 5부제를 실시했고, 업체는 전년보다 4배나 생산물량을 늘리고 나서야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마스크를 비롯한 개인보호장비를 중국 등 해외 수입에 의존해 오다 공급난이 빚어지자 물품을 구하지 못해 환자를 돌보는 일선 병원에서조차 마스크를 여러 번 재사용하고 보호복 대신 비닐로 몸을 감싸는 일까지 생겼습니다.

코로나 백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백신이 개발된 초창기에는 물량 확보가 어려워 잘 사는 나라만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백신 생산이 점차 안정화되며 물량이 남아돌자 다른 국가에 원조하며 백신 외교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재확산하고 변이가 생기는 원인으로 백신 접종이 국가 간 불평등하여 팬데믹 장기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쓰고 남은 백신을 나눠 주는 식의 백신 외교가 윤리적이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백신 원조가 아니라 백신에 공평한 접근 즉 백신 정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지구촌이라는 말이 이렇게 실감이 난 적이 없습니다. 국경을 걸어 잠그거나 집안을 단속한다고 팬데믹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없다는 걸 목격했습니다.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처럼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팬데믹이 끝나면 사람들은 더 협업하며 살 줄 알았습니다. 코로나 전보다는 아주 조금이라도 인간적인 지구촌이 되기를 바랬습니다만, 힘이 가장 센 미국부터 첨단 산업을 매점매석하며 독과점식 자본주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경쟁력을 가진 BBC(Bio·Battery·Chip)를 유리한 협상도 없이 미국에 날로 받치고 있습니다. 원천 기술은 미국이 가지고 있고, 시장은 중국이라서 미·중 사이에서 한국의 리스크인 동시에 조커(Joker)인데 말입니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에 경제는 대통령이 살리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맞다고 칩시다. 그렇지만 경제는 대통령이 띨빵하면 일순간에 죽일 수는 있습니다.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을 초래할까 두렵습니다. 지금 꼬락서니를 보면 4년 후 우린 죽은 자식 불알 만질 거 같습니다.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텐데 말입니다.